이 글은 2019년 5월31일 금요일, 산호세에서 열린 K-NIGHT에 1박2일로 다녀온 원정대?의 이야기 입니다. K-NIGHT은 저희 자매그룹인 BayArea K-GROUP에서 일년에 한 번 개최하는 컨퍼런스 행사랍니다.
실리콘밸리 한인들의 최대 컨퍼런스인 K-NIGHT 참여를 위해 기꺼이 금요일 하루를 휴가 낸 4명의 K-NIGHT 원정대는, 아침 11시에 LA를 출발하였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부산 보다 조금 더 멀 것 같은 산호세로 가는 길은 405 HWY 에서 시작되는데요. LA권을 벋어나자 교통정체가 풀리면서 5번 프리웨이로 이어져 순항하게 됩니다. 다행히 구름도 조금 끼고 온도도 높지 않아서 여행하기엔 안성맞춤 이었어요.
산호세행 SUV에 탑승한 네명의 원정대는 서로 간단한 소개와 인사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 때는 그 대화가 돌아오는 날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죠. ㅎㅎ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까지 성장시킨 CTO출신 선봉님은 지난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떻게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코스닥 상장까지 가면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또 상장 후에 있었던 일까지 한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재미도 있었지만 배울점도 참 많았습니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특히 이런 선배의 경험담이 소중했기에 이번 여행에서 이미 본전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해 했다는 ㅎㅎ. (운전한 제가 이정도 행복은 누려야죠 ㅋ)
UI/UX 디자이너이신 효정님은 동부에서 학업을 마치시고 멀리 LA까지 오셔서 커리어를 시작하신 분이셨습니다. 가는 날에는 몰랐는데 돌아오는 날에는 이 분이 완전 아이디어 뱅크였음에 모두들 놀라게 되죠. K-NIGHT에 가기 위해 멀리 산호세까지 가는 원정대에 조인하실 열정이면 역시 보통은 아니시겠죠. 역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UI/UX 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영역까지 넘보시고 계신 효정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원정대 일행은 점심 식사를 위해 중간 기착지는 Bakersfield 인근 휴계소에 도착했습니다.
메뉴는 캘리포니언의 스탠다드 In-n-out 햄버거. 효정님은 고기를 못드셔서 (미리 말씀하시지…) 프랜치프라이만 드시는 안타까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일행 세 명은 더블더블+엑스트라로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다시 산호세로 출발! 내륙이라 그런지 온도가 확실히 높더군요. 에어콘 단수를 높이고 미국의 지평선 경치를 따라 원정대의 SUV는 다시 산호세로 향했습니다.

저와같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신 Joseph님은 굉장히 특이한 계기로 미국에 오시게된 케이스로 현재는 현대자동차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계시더군요. 자동차에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것이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이지만 막상 자동차용 소프트웨어를 만드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새 세상 이야기 같았습니다. 특히 QA driven 된 개발 공정은 여타 필드와는 다른, 안전이 크리티컬한 차량용 소프트웨어개발만의 특화된 방식이더군요. 일행은 또 새로운 지식을 겟겟!
창밖을 보니 어느세 나무들이 많이지기 시작하자 원정대는 산호세가 가까워졌음을 몸소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산호세로 들어가는 152번에 들어서자 농장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곧 길에서 체리를 파는 가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가는길이 급하여 아쉽지만 LA로 돌아오는 길에 체리를 사기기로 하고 군침만 삼키고 일단은 통과. 산호세의 101번 HWY에 들어서서 목적지인 Mountain View 까지는 이제 한시간 남짓. 아 다 왔구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
네비를 확인하니 도저히 한 시간 걸릴 거리가 아닌거였습니다. 이상하다. 혹시 차가 막히나 싶어 네비를 자세히 확인해보니 Mountain View 에서 엄청난 교통체증이 있더군요. 그것도 K-NIGHT 행사장 바로 코앞에서! 원인은 Mountain View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바로 근처에 콘서트가 열려 차량이 한꺼번에 몰린것 때문이었다는 것을! 걸어서 3분도 안될 거리를 30분 걸린 끝에 드디어 행사장인 Computer History Museum 에 도착하게되었습니다.

비록 교통체증의 방해를 받긴 했지만 행사장에는 이른 시간에 도착했는데요. 2층으로 올라가자 K-NIGHT 행사 등록부스가 나왔습니다. 등록을 마치고 네임텍을 받은 뒤 행사장으로 가는 큰 통로에는 부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안와서인지 음식을 금방 오픈한 듯 하더군요. 출출했던 원정대 일행은 바로 시식 돌입. 어머나! 이건 특급호텔 수준의 부페 아니겠습니까? 아니 도대체 BA K-GROUP은 후원을 얼마나 빵빵하게 받은 것인지 놀라울 따름.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며 저희는 원, 투, 쓰리 라운드를 돌고나니 이제는 진짜 배가 불러서 못먹겠더군요. ㅎㅎ
Bar에서는 아직 음료가 준비되지 않아 등록 때 받은 음료 쿠폰 두 장은 일단 주머니에 넣어두고 BA K-GROUP 이홍래 회장님과 잠깐 인사를 나눈 뒤 원정대 일행은 본 행사가 열리는 홀로 입장하였습니다. 홀은 생각보다 큰 규모였는데요. 어림짐작으로 1000명은 족히 수용가능한 규모였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김용수 구글 VP의 강연이었습니다. 콜럼비아 학사, 스탠포드 석사로 학업을 마친 뒤 오라클, 스타트업에 이어 Google에 조인하여 VP에 올라 미주 구글 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용수님은 미국에서 성공을 위해 도전하는 한국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유리천장(뱀부실링)을 뚫고 VP까지 올라간 이야기, 순다이가 왜 레리 페이지의 신임을 얻고 CEO자리로 오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등 흥미 진진한 내용들을 좋은 교훈과 함께 공유해주셨어요.

두 번째 순서는 스탠포드 대학교수로 재직중이며 뇌과학 관련 스타트업도 만드신 이진형 교수님의 강연이었습니다. 뇌과학이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흥미롭게 설명해주셨고, 현재 뇌과학의 위치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아직 무궁무진하게 성장해가는 영역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신러닝이 크게 발전하고 인기를 얻는 지금, 뇌과학은 AI에 대한 가장 기저에 있는 핵심원리들을 고민하게 해주는 좋은 토픽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세 번째 순서는 실리콘밸리의 떠오르는 유니콘 스타트업 Spatial의 Co-Founder 이진하 CPO님이었는데요. 빼어난 미남이셔서 처음에는 연애인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굴만 잘생긴 것이 아니라 엄청난 실력자에다 꿈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시는 정말 멋진 분이시더군요. Spatial 은 VR,AR을 이용해 원격회의를 마치 바로 앞에서 Face to face로 하는 것 처럼 해주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그걸 얼굴 사진 한장으로도 3D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문서들도 가상 공간상에 펼쳐놓고 공유하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을 보면서 아, 여기엔 벌써 미래가 와있구나 싶더군요. 이미 Microsoft와도 협력한 바가 있는등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번째는 책 Rest의 저자 Alex Pang 님의 휴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IT업계의 일들과 치열한 경쟁속에서 바쁘게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쉼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음 역설적으로 설명해주셨습니다. 일을 하기 좋은 시간대에 집중력을 최대한 높여 일을 끝내고 휴식을 가지는 것이 창의적인 일의 영역에서는 훨씬 도움이 되고 결과도 좋다는 것을 경험과 연구자료로 알려주셨습니다. 듣는 내내 공감이 가면서도 일에 계속 메여사는 제 모습이 생각나 살짝 우울해지기도 했죠.

다섯번째는 UCLA교수이자 로봇연구소 RoMeLa를 운영하시는 Dennis Hong 교수님의 순서였습니다. TED에서 강연도 하시고 과학계에서 셀럽으로 불릴 만큼 유명하기도 하신 분이지만 저는 강연은 처음이었는데요. 역시 소문대로 말씀도 잘하시고 내용도 재미있게 준비해주셨더군요. 그동안 개발하였던 인간형 로봇 개발을 멈추고 최근에는 보다 실용적인 형태의 로봇들을 개발했는데 개발 과정의 이야기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어린시절부터 로봇 하나에 꽂혀 지금까지 불같은 열정으로 로봇개발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며 엄청난 에너지를 받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 한인임이 자랑스럽기도 했구요. 아뭏든 엄청났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네요.

Dennis Hong 교수님의 강연을 끝으로 키노트 세션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 후에는 VC 패널토의, Woman in Leadership,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라는 세가지 세션이 진행되었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야 했습니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저는 VC패널토의 세션에 들어갔습니다. 총 네 분의 VC 분들이 나오셨고, 사회자가 OX 퀴즈를 내면 VC분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강의장에 빈공간이 없을 정도로 열기가 엄청났습니다. 저도 패널분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간신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OX퀴즈의 진행방식 때문인지 나오신 VC분들의 투자와 투자사에 대한 굉장히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구요. 또 VC마다 생각과 기준들이 조금씩 다 다른 점, 그리고 각각의 다른 의견들을 듣었던 점은 이번 K-NIGHT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정보였습니다. 휘발성 메모리를 가진 제가 상세히 노트를 못한 점이 크게 아쉬웠어요.

VC패널토의가 끝나고 마지막 순서인 밴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다시 메인 홀로 이동했습니다. Bar에서 받은 맥주를 마시며 공연장에 입장하니 유명 기타리스트 김세황님이 무대에 와 있더군요. 그래서 이 공연이 더욱 특별했었는데요. 특히 NEXT의 날아라 병아리를 부를 때 모두가 때창!을 하는 기적이 연출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따라 불렀지요. ^^ 밴드는 K-GROUP의 소모임으로 보였는데 리드기타를 하시는 분이 정말 실력도 좋으시고 무대 매너도 좋으셔서 아마추어지만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않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셨습니다.

공연이 모두 끝난 후 마지막 순서는 경품 추첨의 시간이 있었는데요. BA K-GROUP의 배려로 저를 무대로 불러주셔서 SoCal K-GROUP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행사가 모두 끝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홀과 행사장에 남아 네트웍의 시간을 가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KIC, KOTRA 분들을 뵙고 SoCal K-GROUP과도 협력해가기로 이야기 하였구요. BA K-GROUP 이홍래 회장님을 비롯, 시애틀 한인 개발자 그룹인 ‘창발’의 여상호 회장님, 서보경 부회장님과도 인사나누며 미주 한인 네트워크를 위한 세 그룹의 협력을 해 나가기로 하는 등 훈훈한 성과들도 있었답니다. 또, SoCal K-GROUP의 회원이셨다가 산호세로 가신분들 및 김영민 감독님,한국에서 오신 귀한 분들도 오랫만에 뵙게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그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세 시간은 11시가 넘어가고, 뒷풀이에 초대를 받았지만 다음날 아침 다시 LA로 향해야하는 우리 원정대는 K-NIGHT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마치고 원정대 분들과 다시 만나 LA로 돌아오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산호세를 등 뒤로 빠져나오는 길은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막힘이 없었는데요. 152번 도로로 접어드니 산호세로 오는 길에 보았던 체리를 파는 가게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농장에서 직접 기른 체리라 더욱 맛있을 것 같은 기대를 잔뜩 품고 한 가게에 멈춘 저희 원정대 일행은 그만 큰 실망을 하고 말았는데요. 조그만 한 바구니에 7불 씩 받는 체리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물어보니 자기도 농장사람이 아니라 그냥 판매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하더군요. 체리 외에 복숭아 등도 있었지만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 뿐이어서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씁쓸한 마음에 다른 가게에 대한 희망도 버린체 그냥 LA로 직행하기로 결정. 원정대는 남가주로 가는 5번 고속도로를 향해 달렸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각자 느낀점들을 이야기 해 보았는데요. 모두가 이번 K-NIGHT 의 가장 큰 소득으로 ‘에너지’를 꼽았습니다. 정말이지 실리콘밸리 한인들의 열정과 후끈한 분위기에 실컷 전염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아자아자아자!’ 하는 마음이었지요. 또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서로 스타트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공유하였는데요. 다들 어찌나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으신지, 특히 효정님의 아이디어는 발군이었구요. 당장 사업으로 옮겨도 좋을 것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Joseph님도 효정님 못지않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계셨고 코스닥 상장의 경험을 가진 선봉님과 개발밥 제법 먹은 제가 합세하여 곧 스타트업 하나 차릴 기세였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니 LA까지 오는 길이 오히려 짧게 느껴지는 기적이 ^^. 이번 K-NIGHT 참가는 행사장에서 얻은 소득도 있었지만 이틀간의 여정을 함께하며 서로 쌓은 원정대의 끈끈한 정과 이야기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게되어 더욱 갚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오후 5시 즈음 LA에 도착한 일행은 아쉬움을 남긴체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이틀간의 K-NIGHT 방문은 마무리 되었고, 저도 2020년에 산호세를 향할 원정대를 꿈꾸며 짧지만 강렬했던 여행을 마쳤습니다. 정말 너무나 멋진 여행이었어요!
김태현
SoCal K-GROUP 운영진, Sr. Software Engineer at Blizzard